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25 추천 수 0 2003.04.23 22:07:00
2003. 4. 23. 물날

차문 고치러 갔습니다.
어제 차 문짝이 빠진 거 아시죠?
상상이 되나요?
9인승의 의자와 의자 사이에 옆문을 실고,
그러니까 옆 문이 없는 채로,
게다가 비까지 오는 데, 그래서 차 안으로 비가 들이치는 데,
아침에 30분도 더 되는 길을 달렸습니다.
대개... 추웠습니다.
근데, 못 고치고 그냥 문짝만 맞춰 닫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맞추려해도 안 되더라구요.
아래, 위, 옆의 레일을 다 갈아야겠다, 근데 부속이 없다, 내일 다시 오세요.
아이들을 돌려 보낼 때,
희정샘이 옆 문을 열고, 저는 그 문을 차쪽으로 밀며, 둘이서 열었습니다.
왜? 안 그러면 또 빠지니까!
정비소 아저씨들도 문짝 빠지는 건 처음 봤다던! 우리 무서운 아이들!

한데모임 때, 잘 듣고 잘 말하는 연습을 계속 합니다.
잘 안 됩니다. 아이들이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참 못하는 것이지 않나요?
잘 들어보자, 그리고 잘 말해보자
한데모임 시간이 길어집니다.
공부 시간 좀 줄어들어도, 이게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여지없이 기은이가 먼저 뛰어들어오고,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로 들어오는데, 와! 2학년 상연
이와 3학년 진수가 정말 나란히 손 꼭 붙잡고 들어옵니다. 너무나 웃긴데, 웃을 수도 없고,
왜냐하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손 붙잡고 들어와서... 그렇게 본관까지 온 아이들이 나를
보자마자
"오늘도 오뎅 먹어요?"
희정샘이 어제 날씨가 꾸물꾸물할 때, 간식으로 오뎅을 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날씨가 꾸
물꾸물하거나 비가 오면 오뎅 줄게 했거던요. 근데 이어서 오늘도 비가 올 줄 알았나요.
"모르겠다. 희정샘한테 가서 물어봐라."
희정샘에게 공을 넘겼지요. 근데 애들은 '예' 하더니 정말로 희정샘을 막 찾아서 물어봅니다.
그런다고 오뎅이 나올 리가 있나요. 열심히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 진수에게 희정샘은,
"지금은 장을 보지 않아서 없어. 다음에 장 볼 때, 사 둘게. 그리고 비가 오면 해 줄게."
"네"
대답도 예쁘게 하는 우리 진수...
대신에 오늘은 김치전을 또 해줬습니다. 애들은 정말 김치전을 잘 먹습니다. 게다가 오늘처
럼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은 딱입니다.
한데모임 할 때마다 노래도 하나씩 부르는데, 오늘은 '고향바다'를 했습니다. 애들과 같이 노
래 부르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그러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길어진 한데모임 뒤 끝에 종
이접기를 했습니다. 색종이로 접기도 하고 신문으로도 접는데, 이것은 뭐 애고 어른이고, 2
학년이고 6학년이고 따로 없습니다. 6학년 애들이 더 좋아합니다. 저도 같이 열심히 접었습
니다. 꽃도 접고 학도 접고, 거북이도 접고...
애들은 신문으로 비행기도 접으며, '멋있게 날리기', '멀리 날리기', '오래 날리기', '잘 접어서
안 멋있게 날리기' 등 희한한 놀이 방법을 만들어 놉니다. 정말로 애들은 참! 애들입니다.

휴지 가득 들고 화장실로 뛰어갔던 상연이, 부리타케 다시 달려옵니다. 그러더니 희정샘 손
을 끌며,
"선생님,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샘이 와서 도와줘야해요."
문이 바람에 열고 닫히며 소리가 심해, 문 위에다 나뭇토막을 걸개를 만들었잖아요. 애들 높
이에 달려고 하다가, 화장실에 누가 들어갔는데 밖에서 걸어 잠그는 장난을 할까봐, 고민고
민 끝에 위에다 달았던 그 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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