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5. 6. 불날
요즘은 우리나라가 열대우림기후인 것 같습니다. 해 뜨는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오늘도 간식은 여지없이 오뎅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6학년 기은이가 제일 먼저 뛰어옵니다. 어머님이 덜 바쁘신지 기현이도 같이 오구요. 아이들 뛰어들어오는 데 복도에서 우당탕 줄줄이 자빠집니다. 어제 끝난 봄 계절 자유학교 때 아이들이 복도에 왁스칠을 했거든요.
재미 붙인 아이들은 보도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기어이 상연이는 왕따시만한 나무가시가 발바닥에 박혔습니다. 6학년 상익이 형이 빼준다 해도 아플까봐 두 손으로 움켜지고 교실로 기어들어오던 상익이. 뺐더니 1㎝는 박힌 것 같았습니다.
복도에서 놀던 민근이와 무연이가 또 싸웁니다. 둘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싸웁니다.
왜 싸우냐고 하면, 서로 먼저 시비를 건다고 합니다.
너희들 그렇게 눈만 뜨면 싸우고 하면,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부부 된다, 너무 싸웠던 사람들은 다음 세상에서 서로 화해하라고 부부가 된대, 하고 공갈협박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한데모임 시간에 자유학교 노래·2를 '손말'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고학년은 글쓰기, 저학년은 그림을 합니다.
3일간의 연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고학년 아이들은 겪은일 쓰기를 합니다. 얼거리(글 쓰는 순서) 연습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이들, 열심히 씁니다. 그렇게 시끄럽던 아이들도 글 쓰는 순간만은 조용합니다. 글 쓸 때 말하면 글이 안 써진다 했거든요.
저학년 아이들은 데칼코마니랑 평판화를 했습니다. 6학년 기현이는 저학년 아이들이 하는 데 가서 등 뒤에서 훔쳐보며,
"재밌겠다. 재밌겠다. 나도 3학년인데..."
근데 3학년 유진이랑 연지는 또 고학년 글쓰는 데 와서 기웃거립니다.
공부하는 데, 기은이, 연지 할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심심하신가 봅니다. 비도 오니 일도 못하고... 손주들 뭐 하나, 공부 잘 하나 보러 오셨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좀 정착이 된 느낌입니다.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지요.
아이들과 재밌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나들이도 자주 가고,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구해다 같이 보고... 참 혹,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를 가지고 계시면 보내주세요. 아무래도 여기 아이들은 영화도 보기 힘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