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5. 14. 물날
소풍 어땠냐고 물어봐도 별 말이 없습니다. 외려 집에 4시 반 쯤 도착했으니 물꼬 올 수 있었는데, 그런 소리만 하고...
나물 비빔밥에 오뎅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애들 나물 싫다 하는데 몸에 좋다고 먹어보라 했습니다. 나말고 희정샘이. 애들, 그래놓고도 또 잘 먹습니다. 상연이는 두 그릇이나 먹습니다. 상연이는 먹는 것보다 엎지르는 게 더 많습니다. 특히 물! 그리고 오늘은 오뎅 담은 컵을 세 번이나 쏟았습니다. 그리고 간장 찍으러 오뎅이 담긴 컵을 들고 달려가다 홀라당 자빠졌는데, 컵은 무사히 들고 있는 거 있죠? 대단한 집중이었습니다.
오늘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바느질을 했습니다. 오늘은 머리끈과 쿠션을 만들었습니다. 바느질은 남녀를 막론하고 다들 너무나 좋아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구요. 민근이와 무연이는 지난 번에 다 못 만든 주머니를 마저 만들었습니다.
주리는 애살도 많고 참 잘하는데, 먼저 자기가 판단해서 자기한테 어렵겠다 싶으면 아예 처음부터 안 하려고 합니다. 하면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오늘도 바느질이 어렵다고 손을 놓습니다. 희정샘이 옆에 앉혀놓고 바느질도 하다 보면 는다고, 계속 연습해보자 했지요. 곧잘 하던 주리는 머리끈이랑 쿠션이랑 둘 다 만들었습니다.
늘 딴 일에 정신팔다 늦게 시작하던 무연이도 오늘은 처음부터 아주 열심히 바느질을 합니다. 그 무연이가 정말 안 되는게 바늘에 꿴 실 끝을 묶는 건데, 자기는 큰 건 잘 묶는데 작은 것은 잘 못한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래도 너가 한번 해봐. 너 죽을 때까지 내가 따라 다니면서 묶어줄 순 없잖아."
했지요. 그랬더니 우리 무연이, 상 위에 실을 놓더니 큰 원을 그려서 실 끝을 원으로 집어 넣는데, 얼마나 웃기던지요. 매듭은 실 중간 쯤에 생겼습니다.
6학년 민근이는 2학년 상연이랑 너무 잘 놉니다. 각자 빗자루랑 대걸레를 들고 노는 데 장난 아닙니다.
말없이 샐쭉하던 연지는 이제 뻔뻔하기까지 합니다. 소리도 지르고 장난도 치고...
여자들은 머리끈을 만들어 자기 머리에 묶고, 남자들은 엄마한테 선물한답니다. 멋있지요?
여자애들 모두 머리에 하늘색 체크무늬 머리끈을 하고 돌아가는데, 너무 이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