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00 추천 수 0 2003.05.18 22:32:00
4336. 5. 16. 쇠날

오늘은 애들 상촌 초등학교 개교기념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대신에,
아이들이 아침 10시부터 물꼬로 왔습니다.
물한리 애들은 버스타고 헐목에 내려서 걸어 올라오는데, 마침 차유에서 아이들을 태워 오시던 상연이, 무연이 어머님 차를 만나 타고 왔지요. 그리고 그 차엔 어제 현수 집에 놀러갔던 민근이와 물꼬 방과후공부엔 오지 않지만 물꼬에 너무나 놀러오고 싶은 현수와 진수도 따라왔습니다. 다른 동네 아이들은 다 와도 천지 모르는 우리 동네 기은이와 연지는 아이들이 가서 데리고 왔습니다.
제가 아침에 연못 팔 자리를 끈으로 표시해 놓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연못 팔 자리고, 너희들 심심하거나 하고싶을 때 와서 파면 된다 했지요.
'지금 파도 돼요?"
대답도 하기 전에 애들은 창고로 뛰어가 삽을 들고 와서 파 댑니다. 아마 이 애들, 전생에 두더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땅 파는 건 어찌 그리 좋아하는지….
몇몇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가 놀고, 챙기지 않아도 그냥 지들끼리 놉니다. 현수와 기은이는 짝이 되어 정말 포크레인처럼 땅을 파고, 진수와 상연이는 또 정말 다정한 친구가 되어 냇가를 쏘다니고.
저와 희정샘은 학교를 애들에게 맡겨 놓고, 임산에 장보러 나갔습니다. 나가서 마늘 장아찌 담을 마늘도 사고, 애들 뻥튀기도 좀 사고. 들어오는 길에 차유에 들러 해림이와 주리도 데리고 왔습니다. 그 사이 애들은 자기들이 갖고 놀던 그 베개! 그 베개닛을 빨아 놨더군요.
들어왔더니 애들, 배고프다 난립니다. 사 왔던 뻥튀기 일단 요기용으로 주고, 얼른 비빔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얼른 먹고 마늘을 까고 있는데, 수진이와 기은이가 심심해 죽을라고 합니다. 작은 애들은 잘 놀고 있는데, 큰 애 둘이서 저러고 있는 게 너무 웃깁니다.
조심스럽게,
"너희, 숨박꼭질 하고 싶지 않냐?" 했더니,
"네!" 합니다. 그 큰 놈 둘이서...
"좋아. 마늘 다 까고 하자."
아이들을 다 모았습니다.
'다망구'라는 놀이도 가르쳐주고, 정말 아이들과 두 시간 넘게, 숨박꼭질과 다망구를 하며,
너무 재밌게 놀았습니다.
근데 정말 놀랐던 게, 놀이의 모습이 제 어릴 때와 너무나 똑같더라구요.
얼마나 똑같냐면, 제 어릴 때도 숨박꼭질할 때, 꼭 술래 뒤에 가만 있다가 술래가 숫자 다 세고 돌아설 때 '찜!'하는 애들이 있었거던요. 근데 기은이가 그러고 있는 거에요. 너무나 웃겨서 말이 다 안 나오대요.
애들은 평상 밑에도 숨고, 살구나무, 소나무 뒤에도 숨고, 본관 건물 뒤에도 숨고, 창고 뒤, 강당 안에도 숨고, 화장실에도 숨습니다. 여자 화장실에 숨어있던 여자 아이들, 남자 술래가 여자 화장실까지 들어와서 찾는다고 괜히 큰소립니다. 그렇게 누가 거기 숨으랬나...
또 배가 슬슬 꺼질 때 쯤, 보글보글방을 했습니다. 호떡! 참, 수진이, 유진이 동생인 6살 대건이도 얼마나 열심히 만들던지요.
딴 거 하다가도 수시로 가서 땅 파던 아이들은 호떡 먹고 나서 또 가서 땅을 파고 있습니다. 아침에 저녁 6시 15분까지 논다고 저와 약속했던 아이들은 시간이 다가오자, 제가 몇 시냐고 물어도 대답 안 해 줍니다.
때론 같이 놀고 때론 지들끼리 놀고. 여하튼, 하루 애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집에 데려다 주는데, 우리 주리가 자기 집에 가서 물 한 잔만 꼭 먹고 가라 합니다. 제발 물 한 잔만 먹고 가라 합니다. 딴에는 대접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도 지가 뭐 물을 주나, 어머님이 주신 시원한 꿀차 한잔 맛있게 먹고왔습니다. 참, 상연이 어머님이 또 시금치랑 부추도 주셨습니다.

강무지

2003.05.19 00:00:00
*.155.246.137

휴. 언제 읽어도 생기넘치는 아이들. 힘에 넘치는 샘들.
손님 맞는 날 맞추어서, 후딱 애들 데리고 놀러가리라...다짐 다짐 하고 있는데, 바쁘신가봐요. 우짤꼬...뭐 도울 일은 없겠는지요?

신상범

2003.05.19 00:00:00
*.155.246.137

팔 걷어부치고, 호미자루 들고 풀베러 오신다면,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어머님.
천지가 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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