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5. 29. 나무날
흐리다가도 덥고, 덥다가도 흐리고, 날씨 참 요상한 날입니다. 이럴 땐 몸도 축 처지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잠만 오고 그렇습니다.
멍하게 있는데, 애들이 들어옵니다. 정신이 번쩍 드네요.
이젠 유진이와 연지는 저를, '신상범!'이라 부릅니다. 처음엔 슬쩍 불러봤다가 눈치 살피고
그러더니, 제가 아무 말 안 하니까 이제, 좀더 자주 제 이름을 부릅니다.
애들이 늦게 들어왔습니다. 바로 간식을 먹는데, 콩국수입니다. 예상했듯이, 애들 반응이 심
상치 않습니다. 이상하게 애들은 콩을 싫어하대요.
"물꼬에서 해 주는 건 눈 딱 감고 먹어야 돼. 몸에 좋은 걸 해 주니까."
희정샘의 엄포에 이어, 싫어하던 애들도 먹어보더니 맛있다 합니다. 물론 국수만 싹 건져먹
고….
"국물이 진짜야. 국물도 먹어봐."
그래도 상연이는 여전히 세 그릇 먹었습니다. 대단한 상연입니다.
오늘은 애들의 짜증에 화가 좀 났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쬐그만 거 가지고 다투고,
꼬투리 잡고, 물귀신 작전처럼 걸고 넘어지고 하는 거.
청소 가지고 니가 했네 안 했네 하고 짜증냅니다. 몇몇이서 그러는 거라 대수롭지 않기도
하지만, 물꼬에서 그러니 더 화가 나기도 하고, 목소리가 커서 더, 희정샘과 저가 화가 나기
도 했나 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마음을 좀 넓게 가졌으면 좋겠다. 도대체 왜 그렇게 죄그만 걸로 다투고 걸고 넘어지고 그
러냐? 나쁜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제발 그러지 말자. 청소 차례라 하더라도 무슨 사정에
못 와서 못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걸 빼먹었다고 다음에 꼭 해야 하고 그러냐. 그리고 목소
리 좀 낮추고..."
불러 모아놓고 얘기를 좀 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차 자리 놓고 다투지 않았습니다. 보내고
나니 머리가 다 아픕니다. 애들 목소리가 좀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어록>
애들 : 김치가 더 맛있어요.
상연 : 김치는 김을 치우는 거에요?
상연 : 선생님 김치에 묻어 있는 게 뭐에요?
(뭘까요? 밑에 보지 말고...)
나 : 음.... 고추가루...
상연 : 선생님, 콩국수 위에 고추가루가 둥둥 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