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10. 24. 쇠날
오늘은 애들이 되게 일찍 들어왔습니다. 1시 반쯤. 여기 영동에서 충북도민체육대회가 있는데, 고학년 애들은 오늘 하는 개막식에 갔다 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일찍 끝난 거지요. 저학년 애들만 왔습니다.
애들이 지들끼리 잘 놉니다. 남자 애들은 부엌 곳간에 옹기종기 모여 무슨 비밀회의를 한다고, 어른들이 가면 숨고 난립니다. 그러니까 얘네들이 아지트를 만들고 있나 봅니다. 주리와 해림이는 이사하고 있는 사무실을 기웃대고.... 그러더니 또 다 나가서 해바라기를 따고 있습니다. 먹기도 하고, 내년에 심자고 모아두기도 하고.... 일찍 왔다고 배가 더 고픈가봅니다. 3시 쯤 되니 간식 달라고 난립니다.
3시 반쯤, 애들을 모았습니다.
"오늘 누가 오시는 지 알지?"
"네, 마이클요."
"그래, 오늘 손님 오시는데 우리가 주인이잖아. 주인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하잖아. 그런 걸 예의라고 해. 우리 잠깐 방을 정리하자. 쓸고 닦기도 하고, 물건들도 제자리 갖다 놓고."
"네."
그러더니, 애들이 와 정말 열심히 정리합니다. 너무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지요. 쓸고 닦고 치우고... 방이 금방 깨끗해졌습니다.
교장샘께서 애들 모아놓고 요가하려고 하는데, 애들이 다 뛰어나가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오늘 오기로 한 마이클 샘이 오셨습니다. 애들은 캐나다 사람이 왔다고도 하고, 영어로만 말하니까 너무 어렵다고도 하고... 분명히 자가용으로 왔을텐데, 운동장에 차가 없어서 어디 세웠나 했는데, 바깥 마을 주차장에 세웠더라구요. 너무 훌륭한 샘입니다^^
애들이랑 같이 학교를 돌며 구경도 했습니다. 마침 간식으로 야채전이 들어왔는데, 마이클 샘은 젓가락질도 잘 하대요. 애들이랑 같이 먹었습니다.
교장샘과 마이클은 차 마시러 가고, 저학년 애들과 글쓰기를 했습니다. 개발선인장으로 글풀기도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그런 얘기도 나눴습니다. 공부하고 있는데, 마이클 샘이 간다고, 인사하려고 왔습니다. 애들이 다들 "Good-bye!" 하면서 인사합니다. 참 마이클 샘은 내년에 우리 학교에 자원봉사하러 오신다 했다네요. 보수 없어도 된다고도 했답니다. 야, 정말 좋은 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대원이가 또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갔습니다. 물론 졸랑이한테 잘 키울테니 염려하지 마라는 인사 잊지 않고. 애들이 너구리, 너구리 해서 자세히 봤더니 또 너구리 닮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제 강아지가 세 마리만 남았습니다. 세 마리는 학교에서 키워야겠습니다.
언제쯤 자유학교에 갈수 있을까요... 정말 기대가 많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