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날적이 10월 30일

조회 수 884 추천 수 0 2003.11.01 23:47:00
2003년 10월 30일 나무날 맑음

민근, 대원, 상연, 해림, 영준, 준성, 무연, 상연, 하다

학교를 들어서는 아이들을 소나무 아래 불러모읍니다.
모둠방에서만 고요하자고 했던 것을
이제 본관건물 모든 구석에서 낮게 있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거나 안에서 뛰고 싶으면 강당으로 냅다 달려가라고.
사실은 제안을 가장한 명령, 나아가 윽박이지요.
목소리도 낮추고 걸음도 점잖아져 보자고.
아이들의 무기가, 특히 하다,
"하하하,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잊었다는 것이기 일쑤니 자주자주 말해줍니다.
손으로 가만 가만 기운을 쓸어 내리는 시늉을 하지요.

운동장에는 주리네에서 배움값으로 준,
버섯 다 키우고 제 일을 다한 나무를
일산에서 내려와 준 선배와 그의 후배
그리고 상범샘 희정샘이 실어오고 내리고 합니다.
요가가 끝나고 명상이 끝나고 옛이야기도 끝이 났는데,
운동장에선 다시 나무를 실으러 갔는지
답체 소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발빠르게 대타로 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제가 물꼬의 보충병력이거든요.

간식 준비도 미리 해두었던 참입니다.
엊그제 읍내 다녀올 때 커다란 소세지 한 꾸러미 사왔더랬지요..
딱 우리 애들 입에 맞춤이겠다싶더이다.
그걸 구워 토마토소스 발라 먹습니다, 둘씩 짝을 지어.
눈 앞에서 바로 하고 있으며 맛이 더하기 마련이지요.
그걸로 나눗셈도 잊지 않고 하였지요.
형민이는 마지막까지 남은 소스를 다 쓸어먹는데,
집에서라면 어데 이런 게 맛이 있을라구요,
("형민이 어머님, 아끼지 말고 애 좀 먹이셔요.")
그치만 자유학교표가 붙는 순간 이 세상에서 젤 맛있는 게 돼버립니다.

오늘 공부는 과학과 그림인데 과학을 붙잡았습니다.
< 열매의 비밀 >
아이들이 패를 만들어 동네를 돌며 가을을 따러 갔습니다.
눈에 보는 열매를 거두어오기로 합니다.
시골 아이들이 꽃이 놀이고 들이 놀이터일 것 같지만
이제는 도시와 시골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 산골에 살면서도 의외로 들꽃을 나무를 열매를
무엇보다 하늘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동네 한바퀴를 돌아 들어오는 아이들 손에
구기자며 호도며 은행이며 찔레며 모과며 탱자며
가을이 성큼 방으로 들어옵니다.
"이건 처음 봐요."
구기자를 본 무연이가 그러네요.
여기 더러 있는데도 여태 눈여겨본 적이 없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찔레를 보고도 그러고
안면 있는 열매여도 이름은 잘 모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죄다 모였는데 끝자리 세 녀석이 소식없습니다.
마침 운동장으로 들어오던 희정샘한테 아이들 소식을 물으니
경로당 앞에 얼쩡거리고 있더랍니다.
좀 불러주십사 부탁합니다.
"뛰어서 죄송합니다!"
대원이 뛰어들며 인사합니다.
행여 화날 마음도 그만 접겠대요, 작은 인사가 마음을 얼마든지 바꾸게 합니다.
하다가 경로당을 둘러치고 있는 쇠울타리에 들어는 갔는데 나오질 못했답니다.
그래서 같은 패였던 상연이와 대원이가 그를 구하러 넘어가고
넘어가서는 다시 밖으로 나올 길이 없어 궁리하다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어쩌구 해서 구출작전을 성공했더랍니다.
들어와서 그들은 이기고 돌아온 병사들처럼 의기양양해하며
의리로 뭉침 진한 연대감을 보이더이다.

상 두 개를 기역자로 붙여놓고 둘러 앉아서
열매들을 쫘악 펼쳐놓고 그 크기며 이름이며 따위를 알아봅니다.
열매가 작을수록 열매는 많이 열릴까 적게 열릴까,
열매가 작을 때 어린 시절 나무는 빨리 자랄까 아닐까,
열매가 작을 때, 그래서 개수가 많은 그 열매가 살아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열매들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사이
늦가을 어스름은 바쁘게도 오네요.
낼은 들공부갑니다, 김천 모광 연꽃연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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