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910 추천 수 0 2003.11.13 00:47:00
4336. 11. 12. 물날

애들 옷들이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산촌이라 일찍 찾아오는 겨울, 여름에 반팔티, 반바지에 새까맣고 맨날 깨져 오던 무릎에 약 발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요.
영준이, 민근이, 무연이, 준성이, 상연이, 형민이, 두용이가 왔습니다.
두용이는 오늘 운동장에 있는 작은 연못에 오줌을 누다가 혼났지요. 혼내놓고 저 혼자 얼마나 웃었는 지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도 꼭 그런 애가 한명씩은 있는 게 너무 웃깁니다. 제가 그랬었거던요.

잠깐씩 하던 요가도 이제 제법 애들 몸에 붙어 자세가 나옵니다. 명상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야기 한 편을 읽어주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하다는 다시 읽어달라하구요... 며칠째 오는 비에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한쪽 옆에서 오늘은 칠교놀이도 합니다. 한쪽에선 책을 계속 읽고, 도란도란거리고 있는데 간식이 왔습니다.
사과 고구마 샐러드랑 따뜻한 우유. 하다는 샐러드 잘 안 먹는데,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 인정많은 상연이가 한 말입니다.
오늘 하다의 치마 패션도 화제거리였죠. 교장선생님이 너희들도 한번 입어보라 했는데, 준성이는 고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데요.
상연이와 두용이가 웬일로 계속 레슬링을 가장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애들아, 둘러앉아 응원하자!" 그랬지요. 그래서 이 놈 응원하는 놈 있고, 저 놈 응원하는 놈 있고.... 자칫 격해질 싸움이 재밌는 한판 놀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삶가꾸기 하는 날이지요.
11월의 주제는 공동창작입니다. 요구르트 병을 가지고 만들어 보려구요. 애들 다 모아놓고 공동창작에 대해서 애기 했습니다. 먼저 뭘 만들지 정하고 어떻게 만들지 얘기를 나눠서 만들어 봅니다. 오늘은 뭘 만들 건지만 정하자 했지요. 로봇이요, 차요, 로케트요, 비행기요, 우주 정거장 하며 우주도 갖다 오던 얘기들은 차츰 정리가 되어서 비행기, 기차, 석가탑으로 좁혀졌습니다.
<근데, 일화 하나,
기차를 밀던 영준이가 기차는 빠르다 했지요.
근데 버스를 밀던 하다가
"버스는 아무 데나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중 뭘로 할 지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제비뽑기, 가위바위보, 다수결 같을 걸로 하자고 얘기가 많았지만 잘랐습니다.
그런 것들이 결코 민주적이다 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한 곳으로 모이면 좋겠다.
내 얘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얘기도 소중하게 들으면 뭔가 조율이 좀 되지 않겠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난 이 방법이 훨씬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같은 걸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왜 그것이 공동창작으로 적절한지 얘기를 모아봐라 했지요.
그래서 그 모아진 얘기를 전체가 다 듣고 다시 결정해보자 했습니다.
석가탑(민근, 영준, 준성) : 역사가 오래 됐구요, 민족혼이 담겨 있구요, 그리고 단순해서 만들기 쉬워요.
기차(무연, 두용, 하다) : 만들기 쉽고, 멋있고, 재료가 적당한 것 같다.
비행기(상연, 형민) : 빠르고 멋있다.
그래도 얘기가 모아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 물었더니, 무연이가 그러네요.
"각자 그림을 그려서 그 그림을 보고 골랐으면 좋겠어요."
"좋다. 그럼 다시 각 패끼리 모여 그림을 그려봐라. 10분 뒤에 모여서 그림을 보고 결정하자."
각 패들이 구석구석에 가서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무연이가 기차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하다가 옆에서 보고 있었지요.
무연 : 하다, 멋있나?
하다 : 아니, 이상해.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무연이 기차 그림이 어느정도 꼴새를 갖추자)
하다 : 우와-! 멋있어졌다.
다시 모여 각 패들의 그림을 가운데 놓고 모두들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석가탑은 6학년 애들이 둘이 있어서 그런지 치수같은 것도 들어가고 대략 요구르트 병이 얼마나 필요하겠는지도 그림에 표시되어 있고 지들 딴에는 나름대로 복잡했지요. 그걸 본 하다,
"우와-! 고생했겠다."
내가 보니 다들 너무 좋다. 뭘 뽑고 뭘 빼고 하는 게 아니라, 다들 너무 좋은데 우리가 이걸 다 만들 순 없으니 그냥 이 중에서 하나 정하자
그래도 근데 끝내 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들 다시 잘 생각해보고 내일 애기하자 했지요.
한데모임하면서 그래도 남의 그림이 멋있더라, 잘 했더라 하며 얘기하데요. 그런 모습들은 참 이쁘데요.

진아

2003.11.13 00:00:00
*.155.246.137

요즘 하다의 패션이 유행인가 보죠... 선생님 저희 2004년 부터 연주랑 갈께요, 우리 받아 주실거죠,..

승부사

2003.11.13 00:00:00
*.155.246.137

참 좋습니다.
네 맞아요. 다수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수가 존중되어지고, 그 전에 이야기해서 하나로 이야기가 모이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이런 연습하면 참 좋겠지요. 참다운 민주주의 이런 연습이 필요하겠죠. 고밥습니다. 그리고 참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5876
5445 6월 5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4] 물꼬 2003-06-06 898
5444 행복한 하루 되세요~ movie 함분자 2003-09-04 898
5443 옥선생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장경욱 2003-10-09 898
5442 하하 저도 이제야 확인 했네요 [1] 승부사 2003-11-11 898
5441 참 잘 지내고 있구나!^^ 해달뫼 2004-01-31 898
5440 [답글] 함께 호숫가에 간 여행, 고마웠습니다 [1] 옥영경 2004-02-09 898
5439 입학을축하합니다 [2] 정근이아빠 2004-02-23 898
5438 춘삼월 대설이라 [3] 혜린이네 2004-03-05 898
5437 ㅜ.ㅜ... 상범샘~~ 보구싶어요.. 올핸 못가지만.. [1] 윤창준 2004-04-20 898
5436 방송보고 유드리 2004-05-05 898
5435 물꼬를찾아서 [1] 김미정 2004-05-06 898
5434 물꼬 두 돌 잔치 축하드립니다 김수상 2006-04-21 898
5433 보고싶은 물꼬♡ [4] 석경이 2008-05-01 898
5432 초여름한때 file [1] 석경이 2008-07-08 898
5431 물꼬 생각 [1] 조정선 2008-11-17 898
5430 옥샘... [1] 문저온 2008-12-31 898
5429 물꼬 체험 소회 심성훈 2009-01-02 898
5428 잘 도착했습니다~ [7] 임현애 2009-01-09 898
5427 아들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물꼬? 어떤곳일까요? [1] 손희주맘 2009-01-29 898
5426 [답글] 행복한 날 [1] 옥영경 2009-03-14 8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