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짓 여행.
나름대로 소신껏 살아온 인생에서, 이 순간만큼 <줄서기>에 민감할 때가 또 있었던가.
길다란 티켓묶음을 한손에 들고 국제선 비행기를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를 몰라 두 눈에 힘만 주고 일단 '줄'만 찾아댔다. (갈아타려고 내린 오사까 간사이 공항에서 목적지가 바뀔뻔했다.)
무거운 짐이 싫어서 고만고만한 베낭하나 달랑 메고 홀로 오른 여행.
영어나 잘 하면!
무슨 똥베짱이었는지 중고등학교때 갈고닦은(!) 발군의 영어실력을 위안삼아 일단 길을 나선건까지는 좋았지만, 뭘 알아들어야 땡큐를 하든지 오케이를 하든지 중간중간에 장단을 맞추지.
가사와 육아로 그동안 흐트려졌던 내 집중력이 고3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순간이었다. 거기다 가지고갔던 튜이커뮤니티의 전화번호가 바뀐것을 알았을때그 긴장감이란!
될대로 되겠지.
알몸뚱이를 인정하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엄지손가락 세워 지나가던 차도 세번 얻어타면서 뉴질랜드 남섬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튜이커뮤니티를 찾아가다.
넓은 국토에 비해 차도 사람도 많지않은 곳에서, 숲도 아닌것이 바다도 아닌것이 그 한가운데쯤 혼자 내려 바나나 까먹다가 맨발로 이 노래 저노래 흥얼거리며 다음 차를 기다릴때는 차라리 맹수라도 하나 내려오면 때려잡을 듯한 기세.
배째라.
튜이 커뮤니티.
일찌감치 물질주의에 넌더리가 난 사람들이 침한번